어떤 영화를 좋아하냐는 여자의 질문에
마주 앉은 남자는 수줍게 대답하길
"텔레비전에서 해주는 영화요."
어떤 음식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남자는
... "아무거나 뭐, 없어서 못먹죠."
그럴때마다 여자는
"아.. 그러시구나."
그러곤 작은 한숨을 내쉽니다.
이 여자의 예전 남자친구는
참 멋지고, 참 똑똑하고, 참 재미있었습니다.
한 순간도 그녀를 심심하게 하는 법이 없었죠.
그 사람에게 문제가 있었다면
그건 스스로도 지루함을 견디지 못했다는 것.
잘해주고 웃겨주고 멋있는 남자친구 옆에서
여자의 행복이 깊어 갈 무렵 이미 혼자 지루해진 그는
'우린 여기까지' 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버렸습니다.
아마도 또 다른 여자를 딱 그녀만큼 행복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서.
그 후에 옛 남자친구를 닮은 거라면
길가에 돌멩이도 보기 싫었던 여자.
친구들은 그녀에게 '전혀 다른 남자, 순도 100%의 청년' 이라는
수식어로 지금 이 남자를 소개해 줬죠.
'그래, 애들 말대로 착해 보이기는 해. 하지만 정말 재미없구나.
내가 이 남자를 사랑할 수 있을까?
내가 외로워서 사랑을 하겠다는데 남자가 착한게 무슨 소용이람..'
여자는 다소 노골적으로 손목시계를 쳐다보고
내내 커피가 담긴 머그잔만 만지작 만지작, 그러면서
마지못해 몇 마디
"컵이 참 예쁘네요. 음악이 참 좋네요."
그러다 한 시간의 지루함을 견디고
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,
"저기, 먼저 나가 계시면.."
여자는 실랑이를 하고 싶지 않아 순순히 카페 밖으로 나와 기다리죠.
잠시 후 계산을 끝낸 남자가 걸어 나왔을 때
여자는 내심 걱정이 됐습니다.
'이 남자가 연락처를 물어보면 어떡하지..?'
그 순간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는 이 남자,
여자는 긴장했겠지요.
'올 것이 왔구나.'
하지만 남자가 꺼내 든 것은 전화기가 아니라
방금 전까지 탁자 위에 놓여 있던 머그잔.
"이거요.. 아까부터 하도 예쁘다고 하셔서
계산할 때 주인 아저씨한테 좀 팔면 안되냐고 했더니
비싼게 아니라고 그냥 주시더라고요.
그게.. 오늘 제가 너무 재미없게 해 드린 것 같아서..
아, 이거 제가 마시던거라 좀 그러면
어디가서 얼른 씻어 드릴까요?"
재미있는 사람을 찾지 마세요.
그 사람은 남들에게도 재미있는 사람일 테니..
예쁜 사람도 찾지 마세요.
그 사람은 남들에게도 예쁜 사람일 테니..
나에게 착한, 나에게만 예쁜, 나에게만 재미있는 사람
그런 사람 하나면 Life is Wonderful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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첫 만남에서 많은 것을 보려고 하지 마세요.
처음에 재미없다고 그걸로 끝나버린다면.. 재밌는 모습, 자상한 모습, 젠틀..
이런 모든 것들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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